
- 한국 측 홍보대사와 함께 지내며 하나 느낀 것이 있다. 그것은, 대화 가운데서 가족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가족 이야기를 즐겨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가족 이야기를 하는 것을 조금 부끄러워한다. 사적인 것이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하지만, 한국 측 홍보대사는 ‘우리 언니가…’ ‘우리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 인데…’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다지 거부감이 없는 듯 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가족관계에 대해 조사해 보기로 했다.
- 우선, 한국부터 조사해 봤다. 한국은 말할 필요도 없이 유교 나라다. 한국 친구에게 물어보니, 유교는 종교가 아니라 문화로서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고 했다.
- 특별한 기념행사는 물론,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부터 무엇을 받거나 악수를 할 때는 절대로 한 손으로 하면 안 된다. 양손으로 하든지, 아니면 다른 한 손으로 팔꿈치, 팔, 손목 등을 받치고서 악수를 하든지 물건을 받든지 한다.
- 이처럼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아버지와 어머니를 배려하는 마음이 강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존경하는 생각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경로의 마음이 형성된다. 많은 한국사람들은 이런 습관과 제도를 봉건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덕 또는 미풍양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일본과 달리 한국에는 나이든 노인들만 모여사는 ‘노인 홈(양로원)’이 그다지 보급되어 있지 않다. 또한, 도시철도(지하철)에서도 노약자 좌석을 젊은이가 차지하고 있는 광경은 보기 힘들다. 이는 모두 경로의 마음, 연장자를 배려하는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 한국에는 매우 유교적인 ‘족보’라는 것이 있다. 일본의 ‘계보’라는 것에 가깝겠지만, 그보다는 유대감이 강한 것이다. 족보를 보면 선조까지 일족의 혈연집단을 전부 알 수 있다. 기재된 것은 남성뿐이며, 여성은 어떤 남성의 아내가 된 후에야 등장한다. 현재의 한국사회는 예전보다 많이 완화됐지만, 1997년까지만 해도 법령으로 동일한 혈연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결혼을 금하고 있었다. 즉, 수백 년 전 조상이 같으면 결혼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아이를 낳으면 호적에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사생아 취급을 받았다. 엄격해 보이지만, 풍속이 문란해지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해 왔다.
-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제도가 없어지고 상당부분 자유화됐다. 가부장제도와 경제발전의 균형 등 여러 가지 문제는 있지만, 예의와 풍속 등 다양한 면에서 가족에 대한 배려는 약화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경애가 가득하다.
- 한편, 일본은 자연환경과 지정학적인 사고방식이 한국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주거 등 닮은 점이 적지 않다.
- 일본에서도 가족의 유대를 ‘이치몬(一門)’이라고 불렀다. 그뿐만 아니라, 혈연 관계가 아니라도 그 집의 일을 돕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가(家)’라고 했다. 즉, ‘오다가(織田家)’ ‘다케다가(武田家)’처럼 ‘가’는 그 사람이 속한 조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메이지, 다이쇼, 쇼와 등 시대가 변하면서 ‘가’의 범위가 좁아져 혈연관계만을 포함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가족이 주류였다. 그러던 것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 경제성장기를 맞이하고 부모 모두 맞벌이를 하게 되면서 가부장도 자연히 사라지고, 많은 가족이 핵가족이 됐다. 아이를 많이 낳지 않게 되면서 아이도 줄었고, 아이들도 성장한 곳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가족관계가 약해졌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줄어든 것이 아닐까. - 지금 일본에서는 그 숫자는 오히려 줄고 있는데도, 대중매체가 ‘가족의 종언’ ‘이혼보도’ ‘가정 내 폭력’ 등을 크게 보도하며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쿠(育)멘’(육아에 참가하는 남성이란 뜻) ‘가업 분업’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 지금부터 일본이 변해 가는 과정에서 일본의 노력은 물론이고, 풍토와 지정학적으로 유사한 한국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웃국가로 경쟁은 해도 좋은 점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도 일본의 좋은 점을 배우는 등 서로가 좋은 점을 배워 보다 좋은 관계로 발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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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가족의식 차이
홍보대사 츠키지 유타로
